[김관선 목사의 시편] 금메달

입력 2012-08-21 18:11


불쾌지수 높은 막바지 무더위를 견디게 해준 것은 런던올림픽에서의 승전보일 것입니다. ‘10-10’이 목표였던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에 국가 순위 5위로 뛰어올랐고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선전은 희망을 찾기 힘든 우리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참 잘했는데 유감스러운 것은 뒤에 따라 붙는 돈 이야기입니다. 메달별로 주어지는 포상금도 꽤 클 뿐 아니라 평생 주어지는 연금은 20년 동안 열심히 국민연금을 부은 사람들로서도 쳐다보기 힘든 액수입니다. 그래서 금메달 또는 은·동메달이라기보다 ‘돈메달’ 같아 보입니다. 6000만원의 포상금과 살아있는 동안 매월 100만원의 연금이 주어지는 금메달, 각각 3000만원과 1800만원의 포상금에 연금 75만원 및 52만5000원씩 받을 수 있는 은·동메달.

평생 연금을 받는 선수들 모두 젊기 때문에 연금 혜택 기간이 매우 길다고 생각하니 더욱 부럽습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 곳곳에서 주어지는 격려금에 유명세를 타고 광고 모델까지 하면 돈방석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것을 방송은 속속들이 보도하며 어떤 선수는 합계 금액이 얼마라며 친절하게 계산까지 해줍니다.

더욱이 병역면제라는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대한민국 남자들이 부러워하는 보너스까지라니. 국가대표가 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명예와 혜택을 누리는 것일 텐데 이런 보상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배 아파서 하는 소리는 결코 아닙니다. 스포츠 정신의 최고 상징인 올림픽이 너무 돈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이번 올림픽 개최국인 영국은 ‘스포츠정신’을 강조하여 금메달에 뒤따르는 돈은 한푼도 없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귀화하는 선수가 생기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도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돈 한푼 주어지지 않아도 고귀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계속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국민으로서 의무를 수행하다 죽은 분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 그럼에도 아직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며 죽은 시신조차 이국땅에 묻힌 서러운 분들이 있습니다. 순결한 신앙을 위해 모진 고문 끝에 생명을 바친 주기철 목사님 같은 순교자도 참 많습니다. 이들은 육신의 안일과 출세 그리고 돈을 바라본 적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들이 정말 메달감입니다. 또 주위를 둘러보면 늘 눈에 들어오지만 주목을 받진 못하고, 청와대 만찬 참석 한 번 못해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 땅을 지켜가는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런 욕심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입니다. 이런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