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인생이란 품는 일입니다
입력 2012-08-21 18:18
누가복음 10장 27∼28절
알이 병아리가 되기까지 어미 닭은 알을 21일 동안 품어 주어야 합니다. 품는 기간 동안 어미 닭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한 가지 알 품는 일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닭을 ‘닭대가리’라고 비하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알 품은 어미 닭은 21일을 참고 또 참습니다. 품고 앉아 기다리고, 가슴으로 열을 냅니다.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아 넣습니다. 좋아하는 것, 찾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멀리합니다. 덥고, 추운 날에도 품은 알을 굴리며 정성을 다합니다. 알 품고 기다리는 날 수가 21일입니다. 몸으로 버티고, 자기를 비우고, 버리고, 죽이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어미 닭이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면 닭은 주일예배를 몇 번 드리는 것일까. 21일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504시간, 한 주에 주일예배 한 시간씩 드린다고 계산하면 9.7년을 알을 품고 예배드리는 것이지요.
우리는 무엇을 품고 살고 있습니까. 인생이란 품는 일입니다. 인생이란 오랫동안 참는 것입니다. 인생이란 자기를 내어 주는 것입니다. 시간과 몸과 영혼을 내주는 거룩한 일입니다. 고목나무의 속을 보셨습니까. 뻥 뚫려 있습니다. 그 속이 시커멓게 타 있습니다. 꽃을 곱게 피우는 이 나무는 오랜 세월 속에 그 속이 텅 비어 있습니다. 어머니의 속처럼 타버렸습니다. 예수님의 모습도 시커멓게 타 있을 것입니다. 모든 이들을 품었기에 그 속이 시커멓게 탔을 것입니다. 성화 속 멋진 예수님의 모습은 아니겠지요. 오늘 농촌의 아픔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과 친구로 살고, 손톱에 흙 끼여 있는 시커먼 모습으로, 흙과 함께 살아 씻고 잘 틈도 없이 일하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 논둑과 마을 곳곳을 누비는 시커먼 아저씨, 형님,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예수님의 모습일 겁니다.
말씀은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고 전합니다. 인생이란 품는 일입니다. 마음과 목숨과 힘과 뜻을 다 쏟아 사랑으로 품으면 살리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의 색깔, 지역, 성별, 종교까지 다 품을 수 있어야 생명이 깨어납니다. 몸으로 버티고, 자기를 비우고, 버리고, 죽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가슴에 품고 마음 다하여 목숨을 걸고 뜻을 모아 힘차게 살아야 하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품어 버립시다. 아픔조차도 품고 낳아 생명으로 다시 살아갑시다.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품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십자가 사랑의 열로 품어 가슴 뛰는 삶을 살아갑시다. 하늘이 주신 소명의 에너지를 다 쏟아 넣읍시다.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처럼 시커멓게 타도록 뜨겁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십자가 지는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를 만나고, 농촌과 농촌교회를 만나고, 만신창이 된 자연을 만나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모든 이들을 뜨겁게 사랑합시다.
“‘다시는 주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말자. 주의 이름으로 하던 말을 이제는 그만두자’ 하여도, 뼛속에 갇혀 있는 주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견디다 못해 저는 손을 들고 맙니다”(렘 20:9·공동번역)라는 말씀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피 흘리시며 십자가의 사랑을 전하신 그리스도를 전하며, 모든 사람들을 가슴에 품고 농촌과 자연과 이웃을 사랑하는 생명의 기쁨으로 사시는 은혜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전남 영암 안로교회 김성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