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신지체 기독교인 소녀, 신성모독죄로 체포
입력 2012-08-21 15:20
[미션라이프] 다운증후군을 앓는 기독교인 소녀가 이슬람 경전 코란을 태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워싱턴포스트와 AP 등 주요 매체가 최근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코란을 훼손하거나 모하메드를 모독하는 일은 신성모독 행위로 사형도 선고할 수 있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매체들은 보도에서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 림샤 마시(11)라는 소녀가 16일 이슬라마바드의 메흐라바드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훼손해 경찰에 체포·구금됐다고 밝혔다.
경찰 책임자인 자비 울라 씨는 “500~600명에 달하는 성난 사람들이 그녀의 집 밖에서 격렬하게 항의해 소녀를 보호하려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를 다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 카심 니아지는 “(마시 양이)경찰서에 왔을 때 불에 타다 만 다양한 종교 관련 논문과 아랍어로 된 논문들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있었지만 코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난 주민들의 항의해 어쩔 수 없이 구금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파키스탄 사람들은 아랍어로 된 자료조차 유일한 아랍어 책인 코란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번 상황이 벌어졌을 개연성도 있다고 매체들은 분석했다.
한 경찰관은 “조사가 완료되고 격양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리스마의 소식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내무부 장관에게 즉각 사건 보고를 지시했다고 파르하툴라 바바르 대변인이 전했다. 대변인은 “자르다리 대통령이 신성모독을 용납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누구도 사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소수자연합(APMA)의 고위관리인 타히르 나비드 초드리는 “그녀는 단지 11세 소녀”라며 “이번 사건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사건이 발생하면 종종 성난 무슬림들이 피의자를 직접 처형한다. 지난해 샤바즈 바티 연방 소수민족 담당 장관이 신성모독법 개혁을 주장하다 괴한의 총에 숨지기도 했다.
한편 메흐라바디에는 기독교인 900여명이 살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인들이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리면서 무슬림과 갈등을 겪어왔다. 리스마 사건 이후 이 지역 무슬림은 기독교인들에게 다음달 1일까지 마을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리스마 가족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BBC는 기독교인 600여명이 이미 마을을 떠났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