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로 쌓은 항공마일리지 ‘내맘대로’

입력 2012-08-20 20:03

국가 예산으로 공무상 출장을 다녀와 쌓은 항공 마일리지가 사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공무여행에 의해 발생한 항공 마일리지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등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1 결산 부처별 분석’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관 23개 출연 연구기관은 지난해 공무상 출장에 따른 항공료로 총 42억9700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직원 개인별로 적립된 항공 마일리지를 관리하고 있는 기관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예산을 사용한 출장으로 개인에게 적립된 마일리지가 사실상 사적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관 23개 출연 연구기관에는 총 2700여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관에 출연된 정부 예산은 총 4443억5500만원이다. 예산정책처는 “신분은 공무원이 아니지만 국가 재정을 통해 출연 연구사업 및 정부수탁 연구사업을 하는 만큼 이들의 출장은 공무상 여행”이라며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무원 여비규정’은 공무상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를 우선적으로 활용하여 공무상 항공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은 2006년 3월 1일 이후 공무 여행에 의해 발생한 마일리지에 대해선 발생일로부터 10년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연구기관 예산지침’에 공무 항공 마일리지 관리 규정을 신설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무 항공 마일리지 관리 여부를 평가요소로 채택하고, 적립 및 사용 현황을 공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진행하는 연구에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국가 예산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이들 기관에서 공무상 여행으로 발생한 항공 마일리지는 관리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