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비판 언론인 십자가 처형

입력 2012-08-20 19:55

이집트에서 언론 탄압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지난주 카이로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인 등을 십자가에 매다는 등 테러를 자행했다고 미국의 유대계 주간지 알게마이너 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알게마이너 저널은 중동 지역의 엘 발라드, 아랍 뉴스, 알 카바 뉴스, 이집트 나우 등 이 지역 웹사이트들이 밝힌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영국 최대의 뉴스전문 채널 스카이뉴스의 이집트 특파원도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대통령궁 앞에서 무르시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을 벌거벗긴 채 나무에 매달았다고 확인했다.

아랍 지역 웹사이트들에 따르면 이슬람형제단 지지자 수천명은 지난 8일 카이로 지역의 주요 언론사인 식스 옥토버(6-October)에 난입해 출입을 차단한 채 일부 언론인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무르시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의 발행인을 때리기도 했으며, 다른 비판적인 방송사의 직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엘 발라드는 대통령궁 앞에서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둘러싸고 몽둥이와 칼로 공격했으며,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몇몇 사람을 나무에 매달았고, 이 중 두 사람이 죽었으며 1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집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슬람 기관인 알 아즈하르는 “오는 24일 반(反)무슬림형제단 시위 참가자들과 싸우는 것은 종교적 의무”라는 율법적 결정을 발표했다. 반대자들을 무력적으로 탄압해도 좋다는 사실상의 허가장인 셈이다.

비판적인 웹사이트들은 무슬림형제단의 이 같은 광풍은 이슬람 율법을 공격하는 이집트의 세속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런 탄압은 지난 4월에도 있었다. 비판적 언론들은 ‘언론을 탄압하지 않겠다’는 무르시 대통령의 약속이 이미 깨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언론 탄압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이집트 정부가 언론 자유와 비판을 제한하려 한다는 보도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