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탱크주의’ 부활하나
입력 2012-08-20 21:26
‘5전6기, 탱크주의는 부활할까?’
21일 예비인수가격 제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국내 3위 가전업체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의 여섯 번째 매각 시도가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일렉의 전신인 대우전자는 1990년대 중반까지 ‘탱크주의’ 돌풍을 일으키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 한때 국내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했다.
매출은 워크아웃 직전인 98년 4조6000억원대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1조6000억원대까지 추락했고 사업부 단위로 분리매각 절차를 거치며 임직원 수도 97년 1만2000명에서 현재 1400명으로 줄었다. 영업 품목도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세 부문만 살아남았다.
TV광고에서 탱크주의 제품을 강조했던 배순훈 당시 회장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거쳐 현재 인천국제공항 문화예술자문위원장을 맡는 등 가전업계를 떠나 문화계에서 활동 중이다.
대우전자는 99년 8월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가시밭길에 놓였다. 2002년 대우일렉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06년 매각공고를 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다섯 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매각협상은 번번이 실패했다.
2006년 인도의 비디오콘컨소시엄과 첫 매각협상이 깨진 뒤 2008년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 2009년 리플우드컨소시엄, 지난해 이란계 다국적기업 엔텍합그룹과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와의 협상도 무산됐다.
하지만 악전고투 속에 최근 긍정적인 신호들도 포착되고 있다.
대우일렉은 워크아웃 영향으로 기술개발 투자가 부족한 가운데도 2008년부터 소폭이지만 4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공장 분리매각 건이 성사 단계에 와 있다는 점도 대우일렉 인수 후보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줘 고무적이다.
신한금융투자증권 소현철 기업분석부장은 “글로벌 규모의 기업이 대우일렉을 인수한다면 향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최근 벽걸이 세탁기 등이 중남미,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그 지역에서 사업영역이 중복되지 않는 기업들은 충분히 대우일렉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대우일렉 최대주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57.4%)이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5.37%, 한국외환은행이 6.7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예비인수후보로 선정된 곳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축으로 있는 케이더인베스트먼트, 미국계 신생 투자회사인 원록캐피탈, 광주 기반의 건설업체 삼라마이더스(SM)그룹,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등 4곳이다.
21일 각 후보들의 예비인수가 제출이 마무리되면 채권단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본입찰을 통해 이달 중으로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