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택대출시장 ‘적격대출’이 대세… 고정금리 불구 저금리 덕 인기
입력 2012-08-20 19:27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적격대출 돌풍’이 거세다.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데도 올해에만 11조원 넘게 팔릴 전망이고,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앞 다퉈 갈아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금리 인하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는 변동금리 대출상품이 고정금리보다 각광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폭발적 성장세는 상품을 내놓은 주택금융공사조차 예상치 못했다.
20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적격대출은 지난 3월 출시 후 6개월 동안 총 4조원이 팔려나갔다. 주택금융공사는 연말까지 11조5000억원 규모의 적격대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로 내걸었던 3조∼5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 조달한 돈을 재원으로 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이다. 9억원 이하의 연립주택·아파트·다세대·단독주택을 담보로 최고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상환기간은 10∼35년으로 금리상승 시 대출자의 위험을 줄여 주택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적격대출의 인기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금리에 있다. 적격대출은 10년 만기 상품 금리가 연 4.1∼4.4%에 불과하다. 심지어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연 4.5%)보다 이자율이 낮다. 상환기간을 35년으로 해도 최고금리가 연 4.9%로 5%를 넘기지 않아 변동금리 대출보다 조건이 유리하다.
파격적 금리가 가능한 것은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의 대출금액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넘기면 공사는 이를 주택저당증권(MBS) 형태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다. 이 때문에 은행은 별다른 위험관리를 하지 않아도 손해 볼 일이 없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금리 매력’은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적격대출을 받은 사례를 모아 분석한 결과 판매액 4조원 가운데 2조8000억원(70%)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이었다. ‘금리 갈아타기’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적격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대출을 받은 3년 뒤에는 면제돼 부담도 적다. 혹시 시장금리가 대폭 내려갈 경우 수수료 걱정 없이 중도상환하고 다른 대출로 옮겨갈 수 있다.
적격대출 인기가 치솟자 각 시중은행은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C·씨티·농협·하나·기업·국민·신한은행에 이어 외환은행과 우리은행도 주택금융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음 달부터 판매에 나선다. 경남·대구·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도 다음 달 중으로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떠안아 되파는 방식이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불황을 겪게 될 경우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