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후보 박근혜] “경제민주화가 국민행복 첫걸음”… 수락연설로 본 미래 구상

입력 2012-08-20 21:34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20일 후보 수락연설은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과 달리 정치개혁 구상에 방점이 찍혔다. 또 출마 선언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국민 행복’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락연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출마 선언이나 경선 기간에 밝혔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초 캠프에서 마련한 수락연설문에는 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는데, 파격을 꺼리는 박 후보가 최종 원고에서 이를 덜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척결·정치개혁=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여 있다”며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진정한 개혁은 나로부터,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경선 과정에서 밝혀온 특별감찰관제 도입 방안을 다시 제시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제를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토록 하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공천헌금 사태에 대해선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정치 쇄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다. 대통령 후보로서 첫 번째 조치로 당내에 ‘정치쇄신특별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공천시스템을 포함한 정치발전 전반의 혁신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을 강조한 것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공천헌금 사태 등을 거치며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15일 고(故)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후 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도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박 후보는 출마선언 당시 중점을 뒀던 ‘국민행복 시대’ 비전도 재차 강조하며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각계 전문가와 국민 대표로 국민행복추진위를 구성해 국민행복 청사진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캠프 관계자는 “국민행복추진위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주요 공약들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핵심 기구가 될 것”이라며 “노사정위원회처럼 별도의 위원회로 두고 연속성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박 후보가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제시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 문제의 ‘국민 대타협’을 이룰 기구로 구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의 시대적 과제인 경제성장을 고민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했듯이 박 후보도 국민행복추진위를 통해 현 시대의 과제인 국민행복 방안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국민행복추진위는 추구하는 방향에서 차이가 있다고 캠프 측은 덧붙였다. 강도 높은 성장 정책을 위한 박 전 대통령의 5개년 계획과 달리 국민행복추진위는 사회적 약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 국민적 합의점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국민 대통합, 한반도 평화=박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큰 길에 모든 분이 기꺼이 동참하실 수 있도록 저부터 대화합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국민 대통합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대선 기간 중 보수를 넘어 중도층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세대별로 20∼40대, 이념적으로 중도 및 진보층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 정세 등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안정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주권 훼손 행위 등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성 대통령 후보로 안보와 관련해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평화 유지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을 위해 새로운 틀을 짜겠다”며 “세계의 빈곤 퇴치에 기여하는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