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한화 최금암 실장 비상경영 체제로

입력 2012-08-20 18:49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20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회사 경영은 최금암 경영기획실장(부사장)이 김 회장을 대신해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고, 중요한 사항은 김 회장에게 옥중 보고를 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한화는 설명했다.

경영기획실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장일형 사장은 서울 장교동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본연의 역할에 더욱 매진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사장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법리적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항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배임죄 대부분이 부실 경영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경영판단이었다”면서 “회장과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취한 이득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입수한 증거자료와 관련, “‘김 회장을 CM(체어맨)이라고 부르면서 CM은 신의 경지이고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이라고 적은 문건은 2010년 4∼5월쯤 경영기획실 워크숍 당시 강의 노트에 적혀 있던 표현으로 정작 강의를 한 임원은 그 노트를 보지 않고 다른 얘기를 했다”면서 “당시 유행하던 야구의 ‘야신’ 등을 빗댄 표현인데 법원이 유력한 증거로 인정한 데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한화는 김 회장 구속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일본 태양광 모듈 수출 사업, 독일의 태양광 업체 큐셀 인수 등은 정상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김 회장 구속의 여파 때문인지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는 추가적인 진척 상황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구속을 계기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장 사장은 “김 실장이 아직 그룹 일을 주도적으로 할 위치는 아니다”면서 “김 회장 구속 이후 회의에 간간이 배석해 그룹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항소심 진행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김 회장의 최근 근황과 관련해 “심적 정리가 필요한 듯 아직 가족이나 임원 등 아무도 면회를 안 했다”면서 “매일 접견하는 변호사를 통해 임직원을 고생시킨 데 대해 미안해하고 사업의 누수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