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성패는 변신 정도에 달려 있다
입력 2012-08-20 21:24
불통 이미지 해소하고, 역사인식 유연해져야
예상대로 이변은 없었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치러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어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박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84%였다. 여당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배출됨으로써 12·19 대선은 성(性) 대결이라는 의미도 갖게 됐다.
대권 재수 만에 본선에 진출한 박 후보의 권력의지는 강하다. 그의 롤 모델은 개인적인 불행을 극복한 뒤 관용의 정신과 합리적인 국정 운영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다. 박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으며, 5000만 국민 행복을 위해 경제민주화·복지·일자리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등의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가 엘리자베스 1세처럼 최고 지도자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려온 만큼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고, 참신성마저 떨어진 탓에 종전 그대로의 행태로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다.
변화와 변신은 불통 이미지, 뺄셈의 정치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부정적 이미지는 비박(非朴) 후보들의 완전국민경선 실시 주장을 일축하는 등 경선과정에서 더 확대됐다. 그가 ‘인(人)의 장막’에 싸여 있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결국 박 후보의 최대 과제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연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당내 협력부터 확보해야 한다. 박 후보 측이 비박 주자들이나 경선에 불참한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의 회동을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잇단 만남을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을 앙금을 털어내고, 경쟁자들이 대선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수도권 및 호남, 2040세대 등 취약 지역 및 계층의 마음을 얻는 일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수대연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후보가 강조한 ‘100% 대한민국 건설’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역사 인식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불가피하지만 최선의 선택’이라거나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는 수준의 언급으로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했지만, 역사는 역사대로 인정하는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맞다.
지지층이 두터운 만큼 박 후보의 변신은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실망감도 엄청날 것이다. 박 후보가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려면 국민들 사이에서 “박근혜가 정말 바뀌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확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