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산층 몰락 징후 똑바로 보자

입력 2012-08-20 21:23

현대경제연구원이 그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답한 비율이 50.1%에 달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통계청이 가처분소득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실제 저소득층 비율 15.2%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반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46.4%로 통계청의 중산층 비중 64%와 큰 차이를 보였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중산층 가구 중 32%가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답했고, 고소득층 82.1%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했다.

너도나도 저소득층이라고 고백하는 사회에서 활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왜 이런 심리적 괴리감이 생겼을까. 20대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고, 30대는 가계부채 부담, 40대는 자녀교육비에 휘청대다가 50대에 들어서서는 은퇴 이후 소득감소가 이어지다보니 중산층의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다 체감경기가 장기간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지표경기마저 나빠지기 시작했다.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다보니 생활비 지출이 늘어나 적자 살림을 하는 가계가 늘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가계부채는 911조원을 넘어서 언제 우리 경제를 위협할 시한폭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에 그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고삐 풀린 듯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 이어 택시비·버스비 등 대중교통요금도 잇따라 오를 것이란 소식이다. 당면한 현실이 암울하다 보니 앞으로 계층 상승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98.1%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답변을 내놨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위축돼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74.5%에 달하던 중산층 비중은 카드대란을 겪은 뒤 60%대로 낮아졌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6년 0.257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0.295까지 급등했다가 2010년과 지난해는 0.289로 횡보상태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 위축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소비위축을 불러와 경기침체를 가중시킨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중산층이 붕괴되면 내수기반이 취약해져 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사회불안과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된다. 또 저소득층에 써야 할 정부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중산층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해법이 시급하다.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경제호를 살려낼 성장 비전과 일자리 창출이 없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