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후보 박근혜] 안철수? 3자구도? 박원순식 모델?… ‘朴 대적카드’ 복잡한 경우의 수

입력 2012-08-20 21:33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20일 공식 선출되면서 이에 맞설 최적의 카드를 내세우기 위한 야권의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권의 대선 후보는 미정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여전히 출마를 고민 중이고,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다음 달 중순 이후에나 후보가 결정된다. 따라서 박 후보 입장에서는 여전히 안갯속 대선 행보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와 안 원장, 민주당 후보가 3자 대결을 펼친다면 박 후보에게 상당히 유리한 선거구도가 된다. 하지만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 간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박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의 양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박 후보에게는 안 원장이 천적에 가깝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 선호도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는 44%, 안 원장은 40%의 지지를 얻었다. 양자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야권 후보로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나설 경우 박 후보는 49%를 획득해 33%에 그친 문 고문을 비교적 여유롭게 따돌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근혜-안철수 대결 시 혼미’, ‘박근혜-문재인 대결 시 박근혜 우세’로 요약된다.

박 후보와 안 원장이 양자로 붙으면 대선은 신·구 대결 구도로 짜일 개연성이 크다.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박 후보는 기반이 튼튼한 반면 정치 신인인 안 원장은 진보에서 중도까지 표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박 후보와 문 고문이 맞붙을 경우에는 호남과 영남, 보수와 진보 등 전통적인 여야 대결 구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문 고문이 친노무현계 색채가 강하다는 점도 선거구도상 불리하다.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다른 민주당 주자들은 지지율이 낮아 박 후보를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이 문 고문을 대표 선수로 내세우고 대중적 영향력이 큰 안 원장을 응원단장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박원순 모델’을 택할 수도 있다. 안 원장과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민주당과 안 원장을 잇는 고리를 끊거나 검증을 통해 안 원장의 높은 인기를 끌어내려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야권은 안 원장이 검증 작업을 무사히 통과해야 한번 해볼 만한 대선 구도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