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일이… 임신한 정신장애 환자 격리 27일간 강제로 약물 주입

입력 2012-08-20 19:08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임신 중인 환자를 격리실에 가두고 억지로 약물을 주입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정신과의원 원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이모(41·여)씨는 2010년 2월 16일 경기도 고양시 A정신과의원에 입원했다. 임신 5주차였던 이씨는 병원 측에 자신이 임신상태라는 것을 알리고 약물 복용을 거부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씨를 27일간 격리실에 묶어놓은 채 약물 복용을 강요했다. 견디다 못한 이씨는 약물을 복용한 후에야 풀려났고,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 격리실에 묶여 있던 이씨는 또 이 기간 동안 기저귀를 통해 대소변을 해결했고 외부와 전화통화도 할 수 없었다. 이씨는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의원 원장은 “임산부에게도 무해한 약물 복용을 지시했으나 이씨가 이를 거부했다”며 “격리와 강박은 병원 직원과 다른 환자에게 공격성을 보였을 때 1∼3시간 정도만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결과 A의원 원장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병동 근무일지에는 2010년 2월 16일부터 21일 동안 진정인이 격리·강박되었다고 기록돼 있었고 ‘강박 계속 유지할 것, 풀어주지 마세요(원장 지시)’ 등의 지시사항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특히 동료환자 한 명은 이씨가 강박당하는 동안 대·소변 기저귀를 직접 갈아주고 입덧할 때 토하는 것까지 처리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인권위는 “A의원이 건강한 성인도 감내하기 어려운 격리·강박 조치를 장기간 시행해 진정인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게 됐고, 진정인은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임신 중절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당한 격리·강박 행위가 진정인의 임신 중절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