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美, 마녀사냥 중단하라”
입력 2012-08-20 00:14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향해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공개 요청했다.
어산지는 이날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 발코니에 나왔다. 2개월 전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한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 하늘색 셔츠 차림에 짙은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그는 머리를 바싹 깎아 다소 초췌해 보였다. 어산지는 자신의 망명 요청을 받아들인 에콰도르의 결정에 사의를 표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저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용기 있는 결정에 감사한다.”
대사관 앞에 모인 200여명의 지지자들도 환호를 보냈다.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을 향해 곧장 화살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옳은 일을 행하기 바란다. 미국은 위키리크스에 맞선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지난 2010년 위키리크스가 미 국무부의 기밀문서 수천건을 공개하면서 위키리크스는 위기를 맞았다. 어산지는 자신이 설립한 위키리크스를 떠났고, 위키리크스가 소재한 스웨덴에서는 그가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를 제시하고 국제 수배에 나섰다. 어산지는 혐의를 부인하며 스웨덴 정부가 자신을 구속한 뒤 미국에 신병을 넘기려는 음모라 주장하고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올 6월 19일 에콰도르에 망명을 요청한 뒤 영국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러 왔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당장 (위키리크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지지자와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국무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로 미국에서 수사받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에 대해서도 “만약 그가 그런 일을 했다면 그는 우리의 영웅이며 세계 제1의 양심수”라고 말했다. 어산지는 이날 자신의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