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 개막전 지휘 캡틴박 “할일이 너무 많아”

입력 2012-08-19 19:33

박지성(31)은 팔뚝에 찬 주장 완장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낯선 선수들을 통솔까지 해야 했으니.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퀸스파크레인저스(QPR)와 스완지시티의 경기. QPR의 조직력은 모래알 같았다.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QPR 주장 박지성의 리더십은 통하지 않았다. QPR은 0대 5 대패했다.

박지성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중원에서 게임메이커 역할을 했던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뛰어야 했다. 후반 들어 수비라인이 급격히 흔들리자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나섰다. 박지성은 ‘한 명의 선수’로는 제 몫을 다했다. 누구보다 많이 뛰었고, 곧잘 상대의 패스를 끊어 먹었고, 동료들에게 많은 슈팅 기회를 만들어 줬다. 그러나 이제 ‘나만 열심히 뛰면 돼’라는 플레이는 의미가 없다. 주장이기 때문이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 대해 “이렇다 할 특색이 없었다”며 평점 5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개막전은 분명 실망스러웠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특히 박지성의 경기력은 훌륭했고, 전반은 우리가 지배한 경기였다”며 힘을 실어 주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과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뛰며 이기는 경기에 익숙해 있던 박지성에게 스완지시티전 참패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개막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박지성은 QPR이 지난 시즌 1부 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에 턱걸이한 약체라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박지성은 당분간 개인적인 플레이보다 주장의 임무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5일 노리치시티와의 원정경기가 있다. 그 다음엔 리그 상위권 팀인 맨체스터 시티, 첼시, 토트넘과 만난다. 시즌 초반 QPR이 연패를 당하면 팀의 사기가 크게 꺾일 수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박지성. 그는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었다. 권위를 내세우는 대신 후배들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함으로써 대표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QPR은 박지성의 그런 리더십을 원한다.

한편, 이청용(24·볼턴)은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번리와의 원정 개막 경기에 90분 동안 풀타임으로 활약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볼턴은 0대 2로 패했다. 박주영의 소속팀 아스널은 지동원의 소속팀 선덜랜드를 맞아 득점 없이 0대 0으로 비겼다. 두 선수는 모두 결장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