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줄었지만 ‘가치소비’ 늘었다…1인당 평균구매금액 감소, ‘몸에 좋은 소비’는 증가

입력 2012-08-19 21:56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에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가치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싸더라도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의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금액)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 한 번 장을 볼 때 돈을 쓰는 양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연도별 객단가는 4만7362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만1560원과 비교하면 8%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상품 매출은 크게 올랐다. 전체적인 소비는 줄였지만 ‘나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품목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생식용 채소 59.1%, 수입커피 89.5%, 안마기 308.9%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상품보다 20∼30%가량 가격이 비싼 유기농 상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8%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친환경 채소 매출은 지난해보다 5.5% 늘었다.

또 외식을 줄이면서도 외식 메뉴를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간편가정식 매출이 이마트는 35.7%, 롯데마트는 80% 늘었다.

대형마트들은 ‘저렴한 식사’만큼 ‘맛있는 식사’를 중시하는 젊은 고객층과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불황에도 간편가정식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류 매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났다. 불황에는 소주가 잘 팔린다는 공식도 깨졌다. 올해 1∼7월 이마트 소주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로 역신장세를 보였다. 국산맥주 판매량도 10.3% 감소했다. 반면 비교적 순한 수입맥주는 41.6%, 와인은 11.9% 성장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소주 매출은 5.8% 줄었지만 수입맥주는 30.5%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격이 싸도 독한 술은 매출이 줄고 비싸도 순한 술은 잘 팔린다”며 “특히 수입맥주가 인기라 국산맥주보다 가격이 높아도 불황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단량 상품의 매출도 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소단량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가치상품에 대한 소비는 지속하면서 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소포장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마트에서 크리넥스 등 고급티슈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미니 상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 대비 23% 이상 늘었다.

이마트 김진호 프로모션팀장은 “불황에 객단가는 뚝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의 가치소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가치상품과 소단량 상품이 지속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