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中유학생 15년 만에 4배로… 불편한 보수층

입력 2012-08-19 19:23

최근 휴가를 맞아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를 다녀왔다. 미 동부 지도에서 전갈 꼬리처럼 돌돌 말려 올려간 해안 지역인 케이프 코드(Cape Cod), 그리고 보스턴을 거치는 여정이었다.

보스턴 하버드대학 근처에 이틀 머물며 놀란 것은 어디가나 눈에 띄는 중국계 학생들이었다. 대학 구내는 물론 하버드스퀘어 등 거리마다 젊은이 10명 가운데 2명은 중국계 학생으로 보였다. 7년 전 방문했던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와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무거운 가방을 매거나 든 중국 학생들은 다른 아시아계와도 쉽게 구별됐다.

게다가 중국에서 하버드대 단체 견학을 온 중·고교생으로 기념품 가게와 서점은 북적였다. 중국 차기 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딸,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 등 상당수 중국 지도부의 자손들도 하버드대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예일대 캠퍼스 역시 견학 온 중국 중·고교생으로 붐비고 있었다. 예일대 방문자센터 직원은 방학 중 거의 매일 중국 관광객이나 학생들의 견학이 있다고 했다.

중국계 학생의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 국제교육재단(IIE)에 따르면 2010∼2011학년도 미국 대학에 등록된 중국 본토 학생은 15만7558명으로 국적별 외국 학생 수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3% 늘어난 것이며, 특히 학부생은 43%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15년 만에 4배로 폭증했다.

자유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학풍과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등 질 높은 미 고등교육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가 그만큼 뜨거운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연간 210억 달러로 추정되는 외국 유학생의 등록금·생활비 수입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미국 최고 대학에서 교육 받은 중국인 대부분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 불편해 하는 기류도 포착된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에 근무하는 미국인 지인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한 중국인 학생 상당수가 수업료 면제나 장학금 혜택을 받지만, 대부분 중국 정부나 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재원으로 경쟁국을 도와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