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노인표심에 달렸다… 민주·공화 ‘메디케어’ 전쟁
입력 2012-08-19 19:23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더 빌리지에서 가진 첫 단독 유세에서 ‘느닷없이’ 자신의 어머니인 베티 라이언 더글러스를 전 국민에게 소개했다. 그의 어머니는 78세다. 유세 장소는 은퇴자들이 주로 사는 동네여서 청중은 주로 노인들이었다.
라이언은 유세에서 메디케어(medicare) 제도를 거론하면서 “어머니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은퇴 이후 삶을 설계했다”면서 “우리는 (노인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폴 라이언이 ‘메디케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디케어는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로, 65세 이상 노인 또는 요건을 갖춘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는 건강보험이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메디케어는 노인들의 삶의 질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다. 당연히 이들은 메디케어 혜택 축소를 아주 싫어한다.
메디케어 문제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는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s)에서의 상황 때문이다. 플로리다,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콜로라도, 아이오와, 네바다 등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가면서 이기는 경합주에서 공화당에 대한 노인층의 반응이 싸늘해진 것이다.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원 예산위원장으로서 공화당 예산안 편성을 주도한 라이언은 2050억 달러의 정부예산 감축을 위해 메디케어를 단계적으로 축소, 2022년부터는 1956년 이후 출생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폐지하겠다는 제안도 했었다. 이럴 경우 노인들은 비싼 사보험을 구입해야 한다. 미 언론들은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자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라이언의 유세장에서 노인들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당황한 공화당이 라이언의 첫 단독유세에 그의 어머니를 내세워 메디케어 시행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라이언은 연설에서 “오바마케어는 결국 병원 6곳 중 1곳의 문을 닫게 만들 것”이라며 “노인층의 보험료도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자신이 하원의원으로서 메디케어를 계속 강화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바마 재선캠프는 메디케어 및 사회보장제도 축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롬니-라이언 후보가 부자들의 세금만 깎아주고 노년층과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을 축소시키려 한다. 결국 중산층과 서민들의 세금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는 이날 유세에서 “그들(롬니와 라이언)은 나의 계획(건강보험개혁법)에 관해 부정직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공화당 주장이 거짓임을 강조했다. 오바마 재선캠프는 공화당이 “선동을 통해 오바마의 업적인 메디케어를 깎아내려 하고 있다”며 “향후 10년 동안 메디케어에서 7000억 달러를 삭감하려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양측의 메디케어 논쟁은 향후 규모가 더 큰 예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연방정부 지출 규모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사안이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