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률 10년간 ‘제자리’… 환자 전액 지불 ‘비급여 항목’ 급격하게 증가
입력 2012-08-19 19:17
건강보험 확대에도 불구하고 환자 주머니에서 직접 나가는 돈은 더 빠르게 늘어나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실질적인 보장률은 50%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19일 ‘비급여진료비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관리방안’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급여액이 최근 10년간 2.6배 증가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같은 기간 55∼57%대로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고도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의료기관이 환자가 전액 지불하는 ‘비급여 항목’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보고서 내용을 20일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실 주최로 열릴 ‘비급여진료비’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한다.
비급여 항목이란 간병비, 선택진료비, 입원실차액(6인실부터 보험적용) 등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기타 비용을 가리킨다. 병·의원들이 건강보험 확대로 줄어든 수익을 비급여를 늘려 보충하면서 생긴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지난 10년간 항암제, 골다공증치료제 등 건강보험이 포괄하는 범위는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 등에 지급하는 급여액도 2001년 13조1000억원에서 2010년 33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10년 만에 2.6배 증가한 것이다. 급여액이 늘면 보장률도 높아져야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1년 55.5%, 2007년 56.1%, 2010년 57.6%로 50%대를 맴돌고 있다. 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출이 2001년 5조7000억원에서 2010년 14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환자 부담을 키웠기 때문이다.
환자의 비급여 진료비 부담은 커지고 있는데 개별 의료기관의 비급여 규모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없다. 2010년 법 개정으로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비를 반드시 고지해야 하지만 고지할 때 사용하는 질병명과 코드가 제각각이어서 통계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
정 교수는 “코드를 표준화해 의료기관이 급여 및 비급여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빈도가 잦고 가격이 비싼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병원별 가격비교사이트를 운영하면 환자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입원비, 초음파 검사비용을 병원별로 공개해 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