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 입학사정관제 불신 확산

입력 2012-08-19 19:16


입학사정관제의 신뢰성을 허무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업체들이 성황일 뿐 아니라 브로커가 만들어준 가짜 활동경력으로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지난달 검찰에 적발됐다. 장애인 성범죄 연루자가 성균관대학교 입학사정관(리더십) 전형에 합격한 사실은 이 제도의 맹점을 드러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믿을 서류가 없다”= 입학사정관들은 수험생들의 ‘화장한 예쁜 얼굴’만 접한다. 서울시내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마치 미인 콘테스트 같다”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에게 들어오는 서류는 수험생들의 좋은 면만 부각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입학사정관과 자기소개서 등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자기소개서 대필업체 수십개가 검색된다. 일부 업체들은 자기소개서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고육지책으로 자기소개서 표절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학에 배포했지만 업체들이 1대 1 맞춤형 대필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추천서 등 핵심 서류에서도 수험생의 ‘맨 얼굴’이 나타나기 어렵다.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교사와 학교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성균관대 리더십 전형에 합격한 성범죄 연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믿을 건 면접과 현장 실사뿐, 가능할까?= 입학사정관들은 다양한 수상경력을 증명하는 서류를 접한다. 글짓기에서 논문대회까지 다양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노리고 이뤄지는 교외활동은 담임교사도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담임교사도 파악하기 어려운데 입학사정관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브로커가 개입해 경력을 조작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글짓기 대회나 논문대회 수상작의 경우 대필이거나 아예 조작되기도 한다. 유령 학생기자 만들기 수법도 등장했다. 실제 지난달 수원지검에 적발된 브로커의 경우 2개월 동안 브로커가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에 해당 학생이 학생기자로 활동했다고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철저한 면접과 현장 실사를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입학사정관은 “지원서류들을 면밀히 검토한다면 오류를 찾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면접에서 날카롭게 질문한다면 학생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한 사람이 검토해야 하는 서류의 양이 수만∼수십만장에 이르는 만큼 오류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단적으로 장애인 성범죄 연루자가 ‘봉사왕’으로 둔갑해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과한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현장 실사도 쉽지 않다. 2013학년도는 125개 대학에서 4만6337명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힌다. 산술적으로 1개 대학당 370여명. 3배수만 압축해도 1100명이 넘는다. 이들의 학교를 일일이 방문해 교사들과 주변인들을 만나 검증하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대학 입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교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번에 그것이 깨졌다”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