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중산층 인식 ‘와르르’… 장기불황에 국민 절반 “난 저소득층”

입력 2012-08-19 19:04


월급 400만원을 받는 40대 초반 ‘외벌이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생각이 달라졌다. 치솟는 물가 탓에 월 생활비가 지난해보다 20만원 정도 늘어난 데다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달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72만원씩 내야 하는데 내년부터는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한다.

김씨는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를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매달 마이너스 통장만 불어난다”며 “자동차세, 재산세가 나오는 달이면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득만 보면 분명 중산층으로 분류되지만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계층 상승 기대감이 완전히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분류한 응답자는 50.1%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통계청에서 가처분소득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저소득층 비율 15.2%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소득층’이라는 응답은 34.6%, ‘예전에는 중산층이었으나 현재는 저소득층’이라고 답한 경우는 15.5%였다. 반면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긴 응답자는 46.4%로 통계청의 중산층 비중(64%)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스스로 고소득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중산층 주관적 귀속의식 및 복지인식’ 보고서에서도 중산층 가구 중 32%는 본인이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또 고소득층 82.1%는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심리적 위축은 지갑을 닫는 결과로 이어져 경제에 실제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비 감소가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고, 경기 침체는 결국 중산층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20대는 불안정한 일자리(33.3%)와 실직(7.4%) 등을 계층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30대는 대출이자 등 부채 증가(22.2%), 40대는 과도한 자녀교육비 지출(24.4%), 50대 이상은 소득 감소(37.4%)와 불안정한 일자리(16.5%) 등의 답변이 많았다.

더구나 향후 계층 상승이 가능한지에 대해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98.1%로 압도적으로 많아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