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자형 경기침체 ‘경고등’… “저출산·청년실업이 경제 손실 불러”
입력 2012-08-19 18:49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내수 경기는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만 있다. 없는 살림에 빚만 늘어난 서민들은 씀씀이를 줄이고도 삶이 더 팍팍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수출을 별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얼어붙자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L자 장기불황’에 빠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 경제전문가 4명 중 3명은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민간·국책연구소, 학계, 금융기관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3명 중 32명(74.4%)이 “한국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의 위축으로 수출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 경제가 국내보다는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81.4%에 달했다. 최근 한국은행과 정부가 올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5%→3%, 3.7%→3.3%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마저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유럽 재정위기 확산(76.8%)을 가장 많이 꼽았다.
LG경제연구원도 “2000년대 들어 성장 저하가 뚜렷해지며 인적자본 축적이 둔화하는 징후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부동산과 교육 지출 부담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가임연령 1인당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으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2030년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7%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청년 실업난 지속으로 지난해 청년층 유사실업자가 상실한 소득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국가 전체의 부가가치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고용 불안에 따른 생존 경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자살 증가로 경제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2010년 우울증과 자살에 따른 인적자본 손실이 1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