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개발 ‘아라미드’ 듀폰 소송제기로 위기
입력 2012-08-19 19:25
국내 업체가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는 신소재 사업이 다국적 거대기업의 견제로 위기에 봉착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대형 화학기업 듀폰이 제기한 차세대 첨단섬유 ‘아라미드(Aramid)’ 관련 소송 때문에 투자계획 등을 전면 보류하는 등 어려움에 빠져 있다.
듀폰은 2009년 2월 듀폰을 떠난 엔지니어와 판매책임자를 코오롱이 고용해 영업비밀을 빼낸 뒤 미국 현지에 방탄섬유 공장을 건설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며 코오롱에 9억1990만 달러(약 1조12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듀폰 측이 제기한 코오롱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 여부 등에 대한 판결은 미루고 있어 코오롱은 아직 항소도 하지 못하고 있다.
듀폰이 코오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잠재적 경쟁자를 누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듀폰과 일본 데이진사가 9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구축한 독점 체제다. 코오롱은 10% 안팎이다.
코오롱은 1979년부터 30년간 2000억원을 투자해 아라미드 연구·개발에 나섰고 2005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 기술을 완성해 ‘헤라크론(Heracron)’이라는 브랜드로 양산을 시작했다. 2006년 1000t이던 생산량은 2010년 5000t, 매출 900억원을 달성하며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판결 이후 투자계획이 보류되면서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나 강하고 불에 잘 타지 않아 활용도가 매우 높은 차세대 첨단섬유다. 방탄복, 방탄헬멧 등 군수물자나 내열·방호재, 타이어코드, 광케이블, 우주항공 분야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자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고 느낀 듀폰이 발목잡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아라미드 생산은 하고 싶다고 금방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아라미드 산업의 운명이 결정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