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TI 완화, 잘못하면 악성부채만 늘린다
입력 2012-08-19 18:37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과도한 稅制도 적극 손봐야 할 때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내달부터 20∼30대 무주택 직장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10년간 예상소득을 반영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DTI는 상환능력을 초과해 대출받을 수 없도록 총소득에서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한 것으로, 서울은 소득의 50%, 경기·인천은 60%다.
금융위는 소득인정액이 늘면서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5∼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마다 발표되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연령대별 근로자의 10년간 급여증가율은 20대가 52.1%로 가장 높고, 30대는 31.8%에 달한다.
금융위는 내달부터 소득이 없는 은퇴자도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DTI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경우 거래가격이 6억원 이상인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15% 포인트까지 DTI를 올려주기로 했다.
DTI 규제 완화가 꺼져가는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는 미지수다.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40∼50대가 대상에서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금융위는 40∼50대의 10년간 예상소득이 감소해 대책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다. 은퇴자에게 대출을 확대해주는 대책도 주택구입 자금보다는 생계형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DTI 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미래소득과 자산소득에 따라 DTI가 완화된 만큼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현재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다 상당한 규모의 부채가 추가로 늘어나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
경기가 활성화되면 정부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겠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소득증가율이 낮아지고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되면서 늘어난 대출이 악성부채로 돌변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스페인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빚을 안고 산 주택가격 급락이 가계파산과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자산의 80%가량이 부동산에 몰려 있어 자산가치 급락에 따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DTI 완화 혜택을 받게 될 주택 40%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집중돼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빚을 내서 집 좀 사라’고 부추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실수요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관련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