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현영희 의원 조사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입력 2012-08-19 18:34

새누리당의 지난 총선 비례대표 공천 뒷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중앙선관위 고발 이후 20여일이 지났는데도 핵심 용의자인 무소속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신병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가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무려 2개월 동안 내사를 거친 다음 법 위반 사실을 적시해 검찰에 넘겼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을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던 다른 선거법 위반 사범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사가 방향성 없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자 이를 만만하게 여긴 현 의원은 며칠 전 검찰에 출두하며 “한 제보자의 거짓 진술에 전 국민이 속고 있다”며 마치 무고를 당한 사람처럼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6일과 17일에 이어 19일에도 현 의원을 불러 10시간 이상씩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그러고도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 도대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소환하고도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다면 검찰은 수사 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의 경우 검찰은 수사를 깔끔하게 마치고 국회에 체포동의서까지 보냈다. 박 의원을 검찰에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고도 참고인 등의 조사로 완벽한 신병확보 수순까지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도 혐의 사실이 깨알처럼 적혀 있는 선관위의 고발장을 접수한 현 의원 사건은 언제 결말을 낼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니 검찰이 대통령 후보 선출을 앞둔 새누리당의 분위기를 살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현 전 의원이 이른바 친박계의 핵심이라 그의 사법처리로 박근혜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흠이 갈까 염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전당대회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검찰이 머뭇머뭇하는 사이 새누리당은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을 모두 제명해 공천 비리의 꼬리를 잘라버렸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원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겉으로는 전직 당원으로 만들어 야당의 공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숨통은 마련해놨다.

물론 엄격한 증거능력을 갖춰야 하는 수사가 검찰의 뜻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선관위의 고발장도 증거 없이 제보자의 진술 위주로 돼 있어 선거법 위반의 심증은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없는 미완성이란 점을 감안할 때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사의 참고서격인 선관위 고발장과 함께 강제소환권까지 갖고도 이처럼 질질 끄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