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장한나 “스승님과 협연, 어렸을 때부터의 꿈… 100여명과 호흡 맞추는 지휘 큰 매력”

입력 2012-08-19 18:11


“정말 기뻐요. 예전부터 꼭 같이 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어요.”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떨렸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지휘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장한나(30). 그가 오랜 꿈을 이뤘다. 지휘봉을 잡고 첼로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64)와 협연을 하게 된 것. 마이스키는 라트비아 출신의 미국 첼리스트다.

25일 오후 5시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콘서트에서 장한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마이스키는 첼로 협연자로 함께 무대에 선다. 이들 사제가 지휘자와 협연자로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마이스키 선생님과의 협연은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이었어요. 하지만 둘이 같이 할 첼로곡이 없었죠. 선생님께 이메일로 협연을 부탁드렸는데 10분도 안되어서 바로 답장이 왔지요. ‘언제 어디서든, 무슨 곡이든 한나 너와 함께라면 좋다’라고요. 영광이고 감사했어요.”

장한나에게 마이스키는 ‘진정한 스승’이다. “열 살 때 마이스키 선생님께 첫 레슨을 받았어요. 제 재능을 처음으로 알아본 분이고, 연주 기술이 아니라 곡 해석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신 분이죠.”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작곡가가 왜 이 음악을 썼을까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소리는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셨죠. 당연한 이치인데 선생님을 만나면서 큰 깨우침을 얻었어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곡은 ‘돈키호테’.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첼로와 비올라 솔로, 관현악을 위해 쓴 작품이다. 마이스키가 “99세가 되면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한 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사랑하는 작품이다.

장한나는 2009년부터 매년 여름이면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젊은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이렇게 시작한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이 벌써 4회째다. “마이스키 선생님과 돌아가신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러시아의 첼로 거장) 선생님, 그분들은 평생 음악가로 살며 깨달은 것들을 저의 재능만 보고 시간을 투자해 무료로 가르쳐주셨어요. 저 역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주고 싶어요.”

지휘의 매력은 무엇일까. “솔리스트는 자기 연주만 잘하면 되지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 100여명과 호흡을 맞춰야 돼요. 100명이 하나가 되는 감동은 아무리 천재적인 연주자라도 혼자서는 절대 따라갈 수 없죠.”

장한나는 미국 하버드대 철학과를 휴학 중이다. 인문학이 음악에 영향을 주었을까. “어른이 되고 전문 직업인이 되면 어린 시절 가졌던 호기심을 잃어버리죠. 음악에는 호기심이 무척 중요해요. ‘나는 다 안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해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배우는 유연성이 중요한데 인문학이 이런 사고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대중들이 클래식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래식은 가사도 없고 팝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길죠. 처음엔 어렵고 지루할 수 있지만 계속 들으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느낌이 들 거예요. 클래식을 통해 삶의 숭고함과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장한나는 25일에 이어 9월 1일 성남시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한 차례 공연을 더 갖는다. 다음 달 공연은 무료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