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열정 서포터즈 ‘헤르메스’… 부천SK 제주로 떠난 뒤 시민구단 만든 일등공신

입력 2012-08-19 18:09


2006년 2월 2일 프로축구 1군 리그격인 K리그 부천 SK는 제주도로 연고지를 옮겼다. 팀명은 제주 유나이티드 FC로 바뀌었다. 졸지에 팀을 잃은 서포터스 ‘헤르메스’는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2007년 12월 1일 자신들의 팀인 ‘부천FC 1995’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큰소리쳤다. “지금은 3부 리그에 속하지만 창단 10년째인 2017년 K리그에 입성하겠다.” 다들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헤르메스는 부천 유공(현 제주)을 응원하기 위해 1995년 결성된 한국 프로축구 최초의 서포터스다. 현재 회원은 3000여명. 정민 부천FC 운영팀장은 “홈경기가 열리면 헤르메스 회원 등 20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부천FC 선수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부천FC의 연간 운영비는 약 3억원이다. 1군 리그 격인 K리그 구단의 운영비에 비하면 ‘푼돈’이지만 부천FC는 매년 흑자를 기록한다. 비결은 헤르메스의 자원 봉사에 있다. 부천FC의 상근직은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매표원, 상품 판매원, 청소부 모두 헤르메스 회원들이다.

헤르메스의 이런 열정이 부천시를 움직였다. 부천시는 지난 18일 시청에서 부천FC가 내년 프로 2부 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시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는 설훈, 김경협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만수 부천시장, 한선재 부천시의회 의장, 김정남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한준희 축구 해설가 등 각계 인사 수십 명이 참석해 부천FC의 프로 2부 리그 진출에 지지를 표명했다.

김정남 부총재는 “부천은 축구 역사가 깊고, 축구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라며 “내년 부천FC가 2부 리그에 참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준희 축구 평론가는 “부천FC는 3부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선진 축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부천FC는 내년 프로 2부 리그에 진출하면 축구발전기금(30억원) 면제, 가입금 감면(10억원에서 5억원), 신인 선수 우선 지명권 획득, 연간 7억원의 스포츠토토 기금 지원 등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부천시는 부천FC를 2부 리그로 진출시키기 위해 발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시의회에 내년 승격 지원금 15억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천=글·사진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