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서울역 노숙인에 무료급식 ‘사랑의 등대’ 퇴거 위기

입력 2012-08-19 18:02


20여년간 서울역 인근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이들의 자활을 돕던 선교단체가 퇴거 위기에 놓였다.

예수사랑선교회가 서울 중림동의 661㎡(200평) 규모 창고형 건물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및 무료 급식단체 ‘사랑의 등대’는 다음달 말까지 임대보증금 4억원을 구하지 못하면 사역을 접어야 한다. 사랑의 등대 대표 김범곤 목사는 19일 “하루 500∼1000명의 노숙인이 우리 쉼터에서 식사를 제공받는데 거리로 내몰리면 이들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89년 노숙인 사역을 시작한 사랑의 등대는 서울역 지하도와 인근 공원 등에서 생활하는 노숙인과 쪽방 주민, 독거노인을 상대로 주 10회, 회당 500여명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 사랑의 등대 측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601만여명이 무료 급식을 지원받았다. 무료 진료와 이발 및 상담, 쉼터도 제공해 왔다.

2008년 ‘길거리가 아닌 건물을 구해 사역하라’는 관계기관의 주문으로 사랑의 등대는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한 장로의 도움으로 현재 중림동 건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익명의 이 장로는 임대보증금 4억원을 이자 없이 빌려주고, 인테리어 비용 1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최근 건설경기 불황으로 심각한 경영 압박을 받은 후원 장로는 고민 끝에 사랑의 등대 측에 임대보증금 회수를 요청했다. 사랑의 등대는 각계각층의 소액 후원금으로 240만원의 월세와 노숙인 식비 등을 해결해 왔다. 하지만 수억원의 임대보증금을 단기간에 구하는 것은 현재 거의 불가능하다. 한 달 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랑의 등대는 거리에 나앉게 된다. 퇴거 소식을 접한 노숙인 김모(50)씨는 “7년째 사랑의 등대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데 내 집같이 식사하던 우리 노숙인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광장에서 서명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등대는 쉼터 외에도 긴급구호센터를 운영하며 노숙인의 자활을 돕고 있다. 타인을 돕는 행위의 가치와 봉사정신을 일깨우고 적극적 사회 참여를 통해 노숙인을 사회로 환원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10명의 노숙인이 센터 내에서 숙식하며 긴급구호 및 취사 방법 등을 배우며 훈련 중이다. 후원계좌는 우리은행 1005-501-545481(사랑의 집)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