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자장면 990원·이발 3500원… 착한 가격, 착한 스타일
입력 2012-08-19 17:59
“보통 하나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흔들며 들어오는 단골손님을 주인아주머니가 환한 표정으로 반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이찬(36) 사장은 물가가 치솟던 지난해 4월 가게문을 열면서 자장면을 990원에 팔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지가 맞지 않아 고전했지만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을 비롯해 직장인, 동네 어르신 등이 즐겨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이 사장은 하루에 밀가루 4포대를 반죽해 자장면 400∼500그릇을 만들려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그래도 “가격이 너무 착해!”라며 밀려드는 손님들을 보면 힘이 솟는단다.
경기도 수원시 지동 못골시장 안에 있는 ‘통큰칼국수’는 값 싸고 맛있는 집으로 주변에 소문이 났다. 잔치국수 2000원, 칼국수 3000원. 하루 300그릇 넘게 판매하는데도 손님이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숙성된 반죽을 밀고 썰어 끓여낸다. 1주일에 두세 번은 이곳을 찾는다는 한민수(53)씨 부부는 오동통한 면발과 시원한 멸치 육수에 아삭아삭한 김치가 잘 어울려 맛이 참으로 좋다며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이곳 시장 인근의 ‘즐거운이발소’에 가면 3500원으로 깔끔한 신사가 되어 나온다. 3년 전부터 요금을 동결해 왔다는 주인 이영철(58)씨는 “불경기로 다들 어려운 데다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라서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대신 조금 더 바쁘게 일해 수익을 맞춘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2011년부터 인건비, 재료비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원가절감 등 경영효율화 노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착한 가격’ 모범업소로 선정하고 있다. 이들 업소에는 금융 및 세제 혜택, 쓰레기봉투 지급, 상하수도료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삶이 많이 팍팍해졌다. 가족 외식은 큰맘을 먹어야 할 수 있는 거사(?)가 됐고, 머리 깎는 것조차 여러 번 망설이다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이처럼 일상에서 절약을 강요당하는 서민들에겐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업소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는 착한 가격에 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방물가정보 공개 서비스(www.mulga.go.kr)를 이용하면 전국의 착한가격 모범업소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