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 지도자 자질, 이것밖에 안되나

입력 2012-08-19 18:33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책임지겠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박종우 선수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박 선수를 시상식에서 제외시키고 귀국 환영행사에도 참가시키지 않은 데 대해 “박종우를 구하는 게 목적이었다.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책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실 박 선수의 ‘독도 세러머니’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태도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유니폼 언더셔츠에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문구를 써서 TV에 노출시키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해왔기 때문이다. 스포츠 정신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박 선수는 친필로 쓴 것도 아니라 응원단에서 가지고 있던 피켓을 우발적으로 받아들고 치켜든 것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에 소명하면 된다. 이런 일로 메달이 박탈당한 전례도 없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을 보여줬다. 이번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본축구협회에 사죄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이다. 더욱이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의미의 ‘unsporting celebration activities’라고 표현함으로써 스스로 유죄를 시인하고 상대방의 선처를 바라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독도 문제로 두 나라가 극도의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판국에 이런 굴욕적 수사로 가득한 공문을 보냈으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파문의 중심에는 수준 이하의 스포츠 지도자들이 있다. 무엇보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일본축구협회를 다독여야 한다는 생각에 상식을 벗어난 이메일 발송을 지시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리 메달이 중요하기로서니 스포츠 외교의 기본을 저버린 데다 국민정서를 고려치 못한 경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특정인의 퇴진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비슷한 사안이 발생해도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