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떡과 부스러기

입력 2012-08-19 18:00


‘신앙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단순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단순하다. 왜냐하면 성숙할수록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본질과 비본질, 말하자면 ‘떡’과 ‘부스러기’를 더욱 더 선명하게 구분할 줄 안다. 이것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성숙한 사람은 본질을 향해 어린아이처럼 명확하고 단순하게 반응한다. 신앙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신앙은 ‘하나님 한 분을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전부라고 여기며 그 외의 것들은 없어도 되는 부스러기로 여기는 것이다.

영국의 존경받는 목회자 샌디 밀러의 간증이다. 그는 그의 일생에 몇 차례 하나님의 음성을 마치 육성에 가까울 정도로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그중에 한 번은 젊은 시절, 한 신앙집회에 참석해 큰 은혜를 받고, 뜨거운 마음으로 혼자 해변을 산책하면서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하나님, 무엇이든지 제게 말씀만 하세요. 무엇이든지 다 해드릴 수 있어요.” 그때 하나님께서 그에게 아주 분명한 음성을 주셨다. “샌디 밀러,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나는 너 하나로 족하단다.” 거의 육성에 가까울 정도의 친밀한 음성이었다. ‘나는 너 자신을 원하고 있고, 너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필요 없어. 다른 모든 것은 부스러기에 불과해! 네가 나의 전부야. 네가 나의 떡이야’란 뜻이었다.

샌디 밀러가 그 음성을 듣고 고백하는 말이 나의 심금을 울렸다. “그날 나는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렇다. 하나님의 황송하신 말씀이 그에게 감동을 넘어서는 충격, 즉 ‘당혹스러움’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하나님은 ‘나 자신’을 떡이라고 여기시고,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드리는 모든 것을 부스러기로 여기신다. 십자가의 사건은 이것을 증명한다.

그리고는 우리를 향해 요청하신다. 우리도 역시 하나님을 향해 이런 고백을 해 달라는 것이다. 하나님 자신을 떡으로 여기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그 외 나머지 모든 것을 부스러기로 여겨 달라는 것이다. ‘하나님, 당신께서 나의 전부이십니다. 당신이 나에게 좋은 것을 주시면 좋지만,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당신 자신이 나의 전부이시며, 나의 떡이십니다.’ 하나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고백이다.

모세를 보라. 하나님은 갈 수 없으니, 이 죄 짓는 백성을 데리고 가나안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실 때 뭐라고 말했던가. ‘하나님, 당신이 없으면 저는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의 떡은 가나안이 아니라 바로 주님 당신입니다.’ 하나님을 감동시킨 고백이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 믿음이 좀더 단순하고 명확할 수 없을까. ‘하나님, 당신께서 주시는 선물이 감사하고 좋지만 그 모든 것은 부스러기입니다. 당신 자신이 나의 떡이요 전부입니다.’ 이 고백 앞에 분명코 우리 하나님은 ‘당혹스러워’하시리라!

<서울 내수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