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외출… ‘신사의 품격’ 마친 장동건 “망가지는 연기 부담 없어졌죠”
입력 2012-08-18 08:01
1993년 ‘우리들의 천국’(MBC)으로 데뷔해 올해로 20년째 연기생활을 해온 배우 장동건(40)은 대중에게 미남의 대명사다. 사람들은 잘생긴 남자 배우를 빗대 무언가 표현해야 할 때 ‘장동건’이라는 이름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런데 외모만이 장동건이 가진 전부는 아니다. 그는 영화 ‘친구’(2001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등을 통해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히 했다.
하지만 그간 장동건을 브라운관에서 만나기는 힘들었다. 2000년 ‘이브의 모든 것’(MBC)을 마지막으로 장동건은 영화에 ‘올인’했다.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은 그가 12년 만에 택한 드라마. 방영 전부터 ‘장동건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지난 12일 종영할 때까지 최고 시청률 25.3%(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하며 주말 밤 안방극장을 책임졌다.
17일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작품을 끝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원섭섭하다”며 입을 열었다. “처음엔 (드라마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영화와 드라마는 (촬영이 진행되는) ‘호흡’이 다르잖아요. 영화는 한 장면 찍으면 모니터 보고 개선점을 찾아 다시 찍는데, 드라마는 그럴 여유 없이 빠르게 진행되니까 처음엔 굉장히 불안하더라고요.”
그는 10여년 전과 달리 TV 화질이 HD(고화질)로 바뀐 점도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HD로 나오는 화면을 보면 당황스러울 거라고…. 하지만 흘려들었어요. ‘(내 외모가) 어디 가겠어’라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드라마 1회를 보고 (제 외모가 별로여서) 깜짝 놀랐어요(웃음).”
‘신사의 품격’은 ‘꽃중년’ 4인방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려낸 작품이다. 40대 초입의 ‘싱글남’들이 사랑을 통해 청년에서 ‘신사’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았다. 장동건이 맡은 역할은 건축가인 김도진. 도진은 까칠하지만 ‘허당’ 같은 매력을 가진 인물로, 여교사 서이수(김하늘)와 달콤한 사랑을 나눴다.
장동건은 “망가지는 연기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고 했다. “도진은 (시청자들로부터) 보편적인 사랑을 받을 만한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까칠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코미디적인 수위를 대본보다 더 많이 올려서 연기한 적이 많았어요. 허점을 많이 보여야 시청자들이 도진을 편하게 바라봐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2010년 5월, 동갑내기 친구이자 배우인 고소영과 결혼해 현재 두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재충전이라는 게 쉬는 의미도 있지만, 쉬다 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이 뭔지 자연스럽게 떠오르거든요. 그런 시간이 저한텐 좀 필요한 거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