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선수들 ‘혹시 내가 남자?’… 정체성 혼란 가장 심해

입력 2012-08-17 19:19

축구선수 A양은 최근 자신이 이성보다 동성에게 두근거림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이 깊어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서히 동성을 좋아하게 됐고, 대학생이 된 이후 스스로 ‘이상하다’는 인식이 들 정도였다. A양은 고민 끝에 이 사실을 팀 동료에게 어렵사리 털어놨다. 그러자 그 친구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A양은 “사춘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성끼리 어울리다보니 뒤늦게 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 축구선수들이 성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권순용 교수는 한국체육학회지 7월호에 실린 ‘여성축구선수 성 정체성 갈등’에 관한 논문에서 “여자 축구선수들이 동성에게 두근거림이나 긴장을 느끼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대학 여자축구선수 8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조사를 했다.

이들은 동성에 대한 감정을 묻는 질문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상한 느낌이다” “두근거린다” “스스로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래 여학생의 시선에 대해선 “나를 레즈비언으로 보고 남자로 의심한다” “단순히 도와주는 것도 이성적 호감이라 의심한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또 자신을 여성으로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 축구 선수는 보통 헤어스타일이 짧고 몸에 붙지 않는 편한 복장을 입는데, 이런 남성적인 외형이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권 교수는 몸싸움이 거친 축구의 특성상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갖추려 하는 성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또 여자 축구선수들이 주위 여학생으로부터 연애편지를 받는 등 주변 환경도 성에 대한 이중적 감정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학교생활이 운동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운동부 외에 다른 교사와의 관계 형성이 어렵다”며 “체계적인 성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