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후진타오·원자바오와 별도 회담… 방중 기간 ‘몸 낮추기 행보’

입력 2012-08-17 19:06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1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별도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중국 언론들은 후 주석이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장 부위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하며 김정은 체제 구축 이후 중국을 찾은 최고위급 북한 인사의 동정을 관심 있게 전달했다. 장 부위원장은 “후 주석이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준비로 매우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노동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안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은 “북·중 접경지대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회의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위원장은 이어 원자바오 총리와도 면담했다. 장 부위원장과 후 주석, 원 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면담에서 나선지구,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 공동개발과 북한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인 ‘6·28 조치’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는 “장성택의 이번 방중 목적이 양국 간 ‘제3차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회의’라고 중국과 북한 당국이 공통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장 부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경제특구 사업을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들어가도록 한 것 외에 변함없는 북·중 관계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곧 뒤따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체제를 이끄는 장 부위원장의 방중으로 현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한 만큼 정치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형식의 김 제1위원장의 방문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측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빨라도 내년 초에나 방중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중국 언론들은 ‘실세 고모부(powerful uncle)’라는 평을 듣는 장성택이 이번 방중 기간 동안 ‘몸 낮추기 행보’를 보였다고 전했다. 장 부위원장이 방중 기간 내내 노동당 행정부장(장관급)의 직함만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특히 그가 중국국제항공 정기편을 타고 일반인들과 섞여 중국에 도착한 것부터 최대한 외부 노출을 자제하면서 실질적인 방중 성과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습까지 북한 정권의 ‘섭정자’라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장 부위원장 일행은 18일 북한으로 돌아간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