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세리머니’ 관련해 보낸 이메일 원문… 日에 아량 구한 축구協
입력 2012-08-17 23:02
대한축구협회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해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메일 원문을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언론에 공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안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애초부터 대한축구협회가 이 문제에 대해 잘못된 판단과 입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박종우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한 게 뭐가 잘못인가’라며 격려하고 용기를 줘야 했다”고 밝혔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명의로 발송된 이메일 원문을 살펴보면 정상적인 축구 외교 문서로 보기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우선 ‘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 after Olympic football match(올림픽 축구 경기 후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축하 행동)’라는 제목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다. 축구협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론이 나기도 전에 스스로 ‘독도 세리머니’를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으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2번째 문단에는 ‘regrets and words for the incident(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라며 일본축구협회에 사과의 메시지를 전한 것도 굴욕적인 축구 외교가 아닐 수 없다. 5번째 문단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너그러운 이해와 아량)’라는 표현을 썼다.
축구협회는 ‘이메일 논란’이 벌어졌을 때 “유감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는 통상적인 외교 수사를 사용했을 뿐 사죄 운운한 것은 일본 언론의 명백한 오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이메일 전문이 공개되면서 축구협회의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조 회장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서신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 해결 후 거취를 포함해 책임질 각오나 자세가 돼 있는가”라는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의 질문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면 책임질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FIFA를 방문해 박종우의 세리머니가 우발적이었음을 설명하고 이날 돌아온 김주성 사무총장은 “(서신 내용이) 국민 정서를 생각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서신을 보내는 것은 스포츠 관례상 옳았다”고 주장했다. 발송 과정에 대해서는 “회장 보고는 서신 발송 후에 했다”고 답해 문방위 위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한편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현안질의에 참석,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체조 선수가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는 유니폼을 입은 것과 관련해 “2차대전 피해 당사국들과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김아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