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국, 시리아에 지상군 투입 고려
입력 2012-08-17 18:56
미국과 동맹국들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실각에 대비, 수만명의 지상군을 시리아로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외교당국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필요한 파병 지상군 규모는 5만∼6만명 선이 될 것”이라며 “6만명도 시리아의 평화유지엔 충분치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아사드의 군대가 와해될 경우의 시나리오이지 당장 군대를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5만∼6만명은 전투병력에 추가되는 보조 인력을 제외한 수치다.
미국이 대규모 군사 개입을 검토하는 것은 시리아군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 때문이다. 시리아 반정부단체들은 이미 민간인을 대상으로 화학무기가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정부가 붕괴된 무질서한 상태에서 알카에다 등 무장 테러조직이 화학무기를 입수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시리아군이 타린 등 유독 신경가스를 다량 보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화학무기가 있다면 무기 저장고에 대한 공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상군을 투입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리아에 투입될 군대가 어떤 수준의 임무를 맡을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종교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에 더해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반군에 합류하는 등 시리아의 정치상황은 ‘아랍의 봄’을 겪었던 어떤 국가보다도 복잡하다. 함께 군대를 파병해 줄 나라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유럽의 몇몇 동맹국들은 파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부사이나 샤반 시리아 대통령 특사를 만나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방지하고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시리아 제재에 반대해 온 중국의 태도 변화가 시리아 사태의 국면전환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AFP통신은 샤반 특사가 양 부장에게 “정부군과 반군이 동시에 폭력을 중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4월 파견했던 시리아 휴전감시단 활동을 19일 자정을 기해 공식 종료키로 했다. 사실상 내전 상태인 시리아에서 더 이상의 감시단 활동이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특사 임무를 사임한 지 2주 만이다. 에드몬드 물렛 감시단 단장은 “그들은 전쟁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