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CJ에 독도 제소”] 日 ‘분쟁해결 공문’도 거론… 거부 예상 다음카드 준비
입력 2012-08-17 18:46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파상공세에 나섰다. 특히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카드 다음 수순을 이미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 독도를 겨냥한 도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17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미 한국이 어떤 경우에도 ICJ 제소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이를 제안한 것은 이 절차가 독도를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는 데 필요한 첫 번째 단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방적인 제소 대신 한국 정부에 제안하는 쪽을 택한 이유는 자국의 의사를 빨리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본은 한국의 제소 제안 불응으로 ICJ행이 무산될 경우를 이미 상정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1965년 체결된 한국과의 ‘분쟁해결 교환공문’에 따라 양국 간 조정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체결된 한·일 간 분쟁해결 각서에는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해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돼 있다. 일본은 한국이 ICJ행에 응하지 않는 것을 ‘양국 간 분쟁’으로 해석해 이를 근거로 양자 협의에 응하도록 압박하고, 그래도 안 되면 조정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양자 협의 요구는 국제중재위 신청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함께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선 이 조정을 ‘국제중재위원회 회부’라고 정해놓았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15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측에 양자협의를 요구했고, 현재 국제중재위 구성을 제안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역시 독도 문제와 관련한 중재위 구성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을 공산이 커진 셈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시작된 논란이 한·일 국교정상화의 기초가 된 청구권 협정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일본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국제 이슈화 외에도 국내 정치적 효과까지 계산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센카쿠열도나 쿠릴열도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 정권이 악화된 일본 내 민심을 추슬러 올가을로 예상되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자극하려는 목적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주요국의 일원이 된 한국 내에서 ICJ 제소 카드에 응하지 않는 데 대해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시각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내에서는 올 10월 유엔 총회에서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동의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올해 안보리 진출을 주요 외교 성과로 기대하는 만큼 자국이 태도를 바꿀 경우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