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돈, 불가분의 함수] 자금력 앞선 박근혜 캠프… 열악한 비박 후보들 자린고비 운영

입력 2012-08-17 18:39


돈줄 마른 여의도 ‘실탄의 힘’ 실감나네

연말 대선을 앞둔 지금 여의도는 돈과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돈 가뭄이 밀어닥쳤다’고 하는 게 맞다. 각 대권주자 캠프에는 무급 자원봉사자가 넘쳐난다. 그러다보니 점심 한 끼를 눈물 젖은 햄버거 하나로 때우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 판에 돈 줄이 마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경기가 어렵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후원금 자체가 줄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총선과 당내 경선 등 여러 선거가 겹치면서 더 이상 돈 낼 사람도 없다. 하지만 검은돈 안 먹으니 속은 편안하다고 한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자금 사정은 지지율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입과 지출 규모 면에서 모두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 4인을 크게 앞지른다.

박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6000만원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당 경선기탁금으로도 2억5000만원을 이미 납부했다. 기탁금 외에 가장 많은 목돈이 들어가는 곳은 캠프 사무실 유지비다. 서울 여의도동에 운영 중인 100평 규모의 캠프 사무실은 보증금 1억200만원에 임대료만 102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관리비 540만원, 운영비 900만원까지 합치면 사무실을 유지하는 데만 월 2460만원이 들어간다.

또 합동연설회 등에 사용할 동영상 제작비를 비롯한 홍보기획비가 전체 지출에서 상당액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은 적다. 캠프 인력을 최소화하고, 지지 의원 및 의원 보좌진을 활용하고 있어 지출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비용을 대출과 후원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자택을 담보로 1억200만원을 대출받고 지인에게 빌려 사무실 보증금과 기탁금을 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금도 다른 후보에 비해 많은 편이다. 캠프 관계자는 17일 “대선 레이스 시작 후 약 12억원이 후원금으로 모였다”고 밝혔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한 ‘개미 후원금’까지 합치면 후원금 규모는 더 늘어난다.

비박 주자들도 기탁금과 사무실 지출 비중이 크지만 규모는 박 전 위원장과 큰 차이를 보인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보증금 4860만원에 월 1000만원 정도를 임대료와 관리비로 내는 사무실을 쓰고 있다. 김 지사는 역시 경선기탁금으로 2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지사직을 유지하며 선거를 치르고 있어 선관위에 예비후보기탁금은 내지 않았다. 김 지사는 신용대출로 1억원을 마련해 캠프 사무실을 얻고 기탁금은 지인에게 빌려 충당했다. 캠프 운영은 4억원 정도 걷힌 후원금으로 하고 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김태호 의원은 박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선관위 및 당 경선기탁금을 모두 냈다. 임 전 실장은 사무실(보증금 1000만원, 임대료·관리비 600만원),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월 4000만∼5000만원을 쓰고 있다. 대선에 뛰어들면서 2억1000만원의 자비를 들여 기탁금을 내는 데 보탰다. 김 의원도 사무실(보증금 2200만원, 임대료·관리비 310만원)을 비롯해 홍보비 등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김 의원 역시 대출금과 4억원 정도 모인 후원금으로 경비를 지출하고 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여의도에 사무실이 없다. 서울 마포에 보증금 없이 월 400만원 정도 드는 사무실을 마련해 쓰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동영상도 자체 인력으로 제작할 만큼 최대한 비용을 적게 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유동근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