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돈, 불가분의 함수] 문재인 지지율 1위 덕에 후원금 몰려… 다른 주자들은 월세 내기도 빠듯
입력 2012-08-17 18:39
돈줄 마른 여의도 ‘실탄의 힘’ 실감나네
연말 대선을 앞둔 지금 여의도는 돈과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돈 가뭄이 밀어닥쳤다’고 하는 게 맞다. 각 대권주자 캠프에는 무급 자원봉사자가 넘쳐난다. 그러다보니 점심 한 끼를 눈물 젖은 햄버거 하나로 때우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 판에 돈 줄이 마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경기가 어렵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후원금 자체가 줄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총선과 당내 경선 등 여러 선거가 겹치면서 더 이상 돈 낼 사람도 없다. 하지만 검은돈 안 먹으니 속은 편안하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 중에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주머니 사정이 제일 낫다. 여론조사 지지율 당내 1위 덕을 본 셈이다. 문 고문은 여야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비용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6월 18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난 13일까지 후원금으로 11억9500만원을 모금했다. 후원금에서 당내 예비경선 기탁금 1억원 및 본경선 기탁금 3억원을 포함해 쓰고 남은 돈은 3억8433만3138원이다.
최근 일주일만 놓고 보면 2497만320원을 썼다. 8월 선거사무소 임대료가 1980만원이었고, 문 고문과 수행원들의 지역 방문에 따른 숙박비 및 식대(150만원), 업무용차량 렌털비(90만원),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비(123만원) 등이었다. 캠프에 그나마 잔고가 남은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다. 각 캠프는 법정 선거운동원을 최대 10명까지 두고 인건비를 줄 수 있는데 문 캠프는 7명에게 하루 7만원씩 준다. 문 캠프가 지난 7월말 지급한 인건비는 1122만원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수십 명의 캠프 관계자들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상황이 안 좋다. 기탁금 4억6000만원을 당과 선관위에 내기 위해 후보들이 직접 은행과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등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약 5억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여의도 신동해 빌딩 11층에 차린 사무실 월세는 1500만원이다. 상근 직원 40∼50명 가운데 법정 선거운동원 10명을 제외하고는 무급이다. 손 후보는 지역을 돌며 주로 북 콘서트를 여는데 대관료만 해도 회당 80만∼2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17일 “없는 살림이라 돈과 관련해 누가 물으면 솔직히 짜증이 난다”면서도 “돈 덜 쓰는 선거 문화로 바뀌어서 돈 문제로 골치 아픈 일이 덜해진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지난달 10일 출마 선언 후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또 두 차례 출판기념회를 통해 6000만원이 들어왔다. 그러나 여의도 신동해 빌딩 두개 층 사무실 월세만 해도 3000만원이다. 후보자 지역을 돌며 쓰는 돈은 하루 평균 200만원 정도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재산이 없고 직업이 없으니 은행에서 돈을 안 빌려준다”며 “불타는 투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출마 선언 후 1억5000만원 정도 후원금이 들어왔다. 여의도에 마련한 캠프 사무실은 월세가 800만원이고, 법정 선거사무원은 한 명도 등록을 안 해 인건비 지출은 없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후원금으로 3140만원이 들어왔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마련한 사무실 월세는 450만원이다. 전남지사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선거관위에 예비후보 기탁금은 내지 않아 지출이 줄었다.
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