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2012 新풍속도’] 20년차 목사 구은태 ‘카페’ 차린 이유는?
입력 2012-08-17 18:05
주중엔 카페 사장님, 주말엔 교회 목사님
구은태(41·시냇가에심은교회) 목사는 서울 군자동에 카페교회를 운영한다. 교회는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카페로 운영되나 주말에는 예배공간이 된다. 목회 20년차인 구 목사는 청년·대학생 선교를 위해 2010년 카페형태로 교회개척을 시도했다. 일반적인 교회개척에 비해 비신자 전도와 교회 재정자립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거노인을 돌본 일이 알려져 통장이 됐을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꽤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지역사회와의 소통 이외에도 헌금을 관리비에 쓰지 않고 지역사회 봉사와 대학생 선교에 쓸 수 있다는 점 역시 카페교회의 장점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개척교회의 정착과 자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들 스스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아동센터, 노숙인 사역 등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춘 전문사역이 있을 경우, 빠른 시일 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은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척교회가 대형교회와 마찬가지로 성장에만 몰두한다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에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세우고 공동체성·영성 회복 등의 교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목회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영국·독일·브라질 등 교인 감소가 빠르게 진행된 유럽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사회복지사나 교사, 공무원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목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한국교회가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는다면 앞으로 목회에만 전념하는 목회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신학대학교 박성원 교수는 “지금까지 목회자들은 대부분 교회 목회나 선교사 파송만을 생각해 온 게 사실”이라며 “유럽의 사례를 볼 때 앞으로 한국교회도 노인요양·다문화 사역 등 사회복지 개념의 목회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교회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개척교회와 대형교회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역교인의 수평이동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총신대학교 심상법 교수는 “대형교회는 비신자 전도뿐 아니라 작은 교회를 흡수해 성장한 측면이 있으므로 개척교회를 통해 그 빚을 환원해야 한다”며 “모종을 키워 땅에 이식하듯 대형교회가 일정 기간 자금과 교인을 지원하면 지금보다 개척교회 자립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심 교수는 “교회가 공동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너무 사람이 많아선 안 된다”라며 “교회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모여 권력이 되기 쉬우므로, 대형교회는 교회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라도 분립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