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114세 할머니의 죽음
입력 2012-08-17 18:03
히브리서 11장 13∼16절
지난해 봄 국민일보에 사랑이 있는 마을의 김순이 할머니가 소개되었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국내에서 두 번째 고령자였습니다. 그 할머니가 건강하게 지내다가 금년 6월 15일 114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여섯 살에 조모를 따라 절에 가서 입적을 하고 100년 동안 불교에 몸담고 살았습니다. 할머니의 외아들은 불교계에서 꽤 알려진 서울 근교 어느 사찰의 주지승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의 기독교 개종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개종하기까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민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손자가 암으로 죽자 ‘하나님이 살아 있으면 왜 착한 손자를 데려가느냐?’고 교회에 다니는 손녀 박인희 집사를 핍박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사는 손녀가 은혜를 받고 나서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는 사역을 할 때 할머니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신앙심이 일치해야 손녀딸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신을 거두어 주는 손녀딸을 생각하면 기독교 신앙을 가져야 하지만 주지승인 아들을 생각하면 개종할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100년을 절에 입적하여 살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스님이므로 길을 바꿀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듭 예수님을 전했고, 할머니는 결국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저를 이야기할 때 ‘하나님이 보내신 분’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개종이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할머니는 106세에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신앙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한 살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또 한 해를 보내고 나서는 “나는 두 살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분명한 거듭남의 체험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믿음의 고백이었습니다. 결신 이후 이름답게 믿음을 키우신 할머니는 아름다운교회에서 명예권사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예수님을 전하다가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돌아가야 할 본향이 있습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다 가야 합니다. 출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거쳐 병들고 쇠퇴하여 결국에는 그 길을 갑니다. 우리는 돌아가야 할 나그네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무덤가에 서서 묘비를 보는데, 그 묘비에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소!”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픽하고 웃었습니다. 두 번째 줄에는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곳에 서서 그렇게 웃고 있었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 사람이 뭔가 진지해져서 세 번째 줄을 읽었습니다. “이제 당신도 나처럼 죽을 준비나 하시오!”
할 일은 많은데 세월은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명한 삶의 목적을 알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허락받은 시간 동안 하나님을 찬송하며(사 43:21),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고전 10:31), 선한 일을 위하여 살아야 합니다(엡 2:10). 이것이 우리가 지음 받는 목적입니다. 모세는 세상을 떠날 때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습니다(신 34:7). 그러나 사명이 끝났을 때 하나님은 그를 데려가셨습니다. 사명이 끝나야 죽습니다.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고 기쁘게 귀향하는 성도들이 됩시다.
안도현 목사(일산 아름다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