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입력 2012-08-17 18:09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정세균 후보. 그가 1996년 정치에 입문한 것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권유에서였다. 그는 DJ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 가지 유지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 정치적으로는 통합의 정신,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평화 3대 위기의 극복이 그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을 지낸 민주당 김진표 의원. 그는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국민먼저’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원모심려(遠謀深慮)의 리더십입니다. 멀리, 크게 보면서도 디테일한 것부터 꼼꼼하게 챙기고 깊이 숙고하는 것입니다. 그분은 문자 그대로 ‘준비된 대통령’이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DJ가 우리 현대사에 남긴 족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인동초’처럼 잇단 고문과 투옥, 가택연금, 망명 그리고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다. 그리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김영삼 정부 말기에 터진 IMF 외환위기 파고를 2년 만에 넘어선 데 이어 북한 김정일과 평양에서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을 도출해냈다. 이런 위업으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후 아픔도 겪었다. 아들과 측근 비리 문제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대북송금 특검이 실시되면서 남북화해의 기틀에 상처가 생겼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현 민주당 원내대표가 수년간 옥살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DJ는 여전히 진보진영의 정신적 지주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DJ를 칭송한다. 친노의 대표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은 우리의 영원한 멘토”라고 했고, 손학규 후보는 DJ를 지근거리에서 오래 보좌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영입한 데 이어 어제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이처럼 정치권에 ‘DJ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맞기는 한 모양이다. 예전에도 선거 때면 스스로 DJ 적자라거나, DJ 유지를 반드시 받들겠다고 강조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오늘이 DJ 서거 3주기다. DJ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