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이순신-⑦ 영토론] 영남연해안은 우리 땅이다

입력 2012-08-17 18:11


임진왜란은 피해자인 조선, 침략자인 일본, 순망치한 때문에 참전한 명나라, 3개국의 역사를 바꾼 엄청난 국제전이었다. 전쟁 초기 파죽지세로 한반도를 유린했던 일본군은 조선 수군의 활약, 의병 봉기, 명나라의 참전으로 경상도 일부 지역으로 후퇴했다.

명나라와 일본은 가장 큰 피해자인 조선을 배제하고 조선 땅을 놓고 강화협상을 했다. 경찰과 강도가 주인집 재산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한 것이다. 게다가 강도를 잡으러 온 경찰까지 주인집 사람들을 괴롭히고 물건을 빼앗았다. 주인집 사람들은 강도와 강도 같은 경찰 모두에게 치를 떨었다. 그러나 주인집 어른들은 힘이 없어 눈치만 보았다.

한 젊은이가 강도와 맞서 싸우려 했다. 그러자 경찰은 강도를 보호했고 약탈한 물건에 대한 권리까지 인정하면서 오히려 젊은이에게 호통을 쳤다. “일본의 장수들이 전쟁을 않겠다니 그대는 속히 집으로 돌아가고, 일본 진영에 가까이 가서 괜한 말썽을 일으키지 말라.”

강도를 두둔하는 경찰에 기가 막힌 젊은이는 20여일 동안 병에 걸려 신음했지만,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영남 연해안은 모두 우리 땅이다(嶺南沿海 皆是我土). 그런데 일본 진영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니, 그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인가! 또 ‘속히 집으로 돌아가라는데 우리 집이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강도가 우리 집에 칼을 들고 쳐들어 온 것이 아닌가!”

오랫동안 집주인 행세를 하던 강도가 지쳐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 몰래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가 문을 막고 섰다.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도는 경찰을 믿고 오히려 칼을 휘두르며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쳤다. “경찰이 허락했으니 문을 열라.” 젊은이는 거침없이 말했다. “우리 집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가 결정할 일이다. 헛소리 하지 말라!” 그 젊은이, 이순신은 도망가는 강도와 결전을 벌였고, 강도의 총탄에 안타깝게 운명했다.

힘이 없으면 자기 것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 축구선수의 독도 세리머니, 습관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일부 일본인들의 고질병으로 시끄럽다. 8·15의 의미를 깊게 되새겨야 하지만 이제는 약소국의 자괴감을 떨쳐내야 할 때다. 우리 안의 사대주의도 문제지만 패배주의는 더 큰 문제다. 국력에 걸맞은 능동적인 외교력을 보여줄 때다.

박종평 (역사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