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사관 은신 어산지 망명 허용"
입력 2012-08-17 01:47
에콰도르 정부가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언 어산지(41)의 망명을 허용한다고 16일 오전(현지시간) 발표했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키토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어산지에게 외교적 망명을 허용키로 했다”며 “영국과 스웨덴, 미국이 어산지가 송환된 뒤 법정에 서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하지 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해 신변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어산지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군사 법원이나 특별 법정에서 재판받게 될 것”이라며 “그는 잔인하고 모멸적인 처우를 받으며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여성 2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스웨덴에 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올 6월 19일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요청했다. 그는 스웨덴으로 송환될 경우 미국으로 재송환돼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정보당국이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어산지는 망명 허용 결정이 내려진 뒤 대사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내 자신과 나의 사람들에게 있어 중대한 승리”라며 “상황이 보다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최근 대사관에 진입해 어산지를 강제 체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온 영국이 에콰도르의 망명 허용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외교적 마찰도 예상된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실망스런 결정”이라면서 어산지를 스웨덴에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웨덴도 에콰도르 정부가 망명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든 “불공정 재판 주장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