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반군 모두 잔혹행위 ´사악한 전쟁´
입력 2012-08-16 19:42
시리아 알레포의 우체국 마당엔 시신 몇 구가 구겨져 있었다. 냉담한 표정의 반군이 옥상에 올라가 시신 세 구를 거칠게 던졌다. 군중은 열렬히 외쳤다. “이것들은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다!” 샤비하의 주검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한 사내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눈이 수건으로 가려지고 손은 등 뒤로 묶여졌다. 작고 날카로운 흉기가 수차례 목 위를 지나갔다. 선혈은 사방에 솟구쳤다. 반군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잔혹한 동영상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유포됐다. 시리아 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 소장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반군 것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런 식의 잔혹 행위는 혁명의 본질을 손상시킨다”며 “정권과 혁명의 적들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새벽 다마스쿠스 하늘에선 폭격이 눈처럼 내렸다. 수도 중심가는 산산이 부서졌다. 정부군은 무기를 찾는다는 구실로 빗자루로 쓸 듯 붙잡힌 21명을 폐기장으로 처넣었다. 정권에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상점 문들을 부수었다. 이곳은 반군의 근거지였다. 그날 무고한 시민 28명을 포함, 시리아 전역에서 50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전했다.
전쟁은 시리아 전역을 악(惡)으로 전염시키고 있다. 죽음의 두려움에 맞서 정권 교체를 요구하다 잡혀간 학생들의 희생, 반정부 시위 중에 잡혀가 주검으로 돌아온 13세 소년 하즈마 알리 알 카티브의 죽음, 그리고 분노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민주화를 향한 시리아의 내전은 이렇게 촉발됐었다
다른 이념을 가진 정부군과 반군은 그러나 수도와 제2도시를 두고 점령과 탈환을 반복하며 비슷하게 잔인해져 가고 있다. 혁명은 이름만큼 순수하지 않다. 빼앗긴 목숨만은 순백일 것이다.
◇유엔, 시리아 내전은 전쟁범죄=고문, 성폭행, 약탈, 살해, 영장 없는 체포와 구류. 이 모든 것은 인권에 반하는 범죄다. 유엔 인권조사단이 15일 발표한 102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민병대가 국제인권법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반군도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다만 규모나 정도가 덜하다”고 덧붙였다.
49명의 어린이를 포함, 시민 108명의 목숨을 앗아간 홈스주 홀라 지역 대학살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조차도 “괴물 같은 짓”이라고 시인했다. 보고서는 홀라 대학살은 정부군과 민병대의 책임이라고 기술했다.
반군의 약한 리더십도 잔학성을 키우고 있다. 아리프 알 후모우드 자유시리아군(FSA) 부사령관도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반군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규탄했다. 그는 “중앙 리더십이 부족해 교전 중인 지역 곳곳까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내전은 국경 너머로까지 번지며 종파 간 전쟁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앙갚음으로 반군은 레바논인을, 레바논인은 반군을 지원하는 수니파 국가(터키,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민들을 납치한다. 전쟁은 전염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