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출입계좌 금리 인상 안하면 거래 중단 ‘엄포’
입력 2012-08-16 19:22
이란 중앙은행(CBI)이 국내 은행에 개설한 수출입대금 계좌 금리를 높여달라며 계좌 이용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방한한 미누 키아니 라드 CBI 외환담당 부총재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을 만나 현재 연 0.1%인 결제 계좌에 대한 금리를 연 3%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기업은행의 수출입대금 결제계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계좌는 2010년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로 교역이 어려워지자 양국 간 협의 끝에 우리·기업은행에 만든 일종의 당좌계좌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규모와 이란의 국내 공산품 수입규모가 60억∼70억 달러 수준으로 일치하는 데 착안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가 이 계좌에 원유 수입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상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해당 계좌에서 물품 대금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CBI가 거래를 중단할 경우 이란에 수출하는 2600여개 중소기업의 수출대금 결제가 막히게 된다.
우리·기업은행은 통상 요구불예금(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 지급하는 예금) 계좌에 지급하는 수준인 연 0.1%의 금리를 이 계좌에 적용해왔지만 지난해 유가 폭등으로 원유 수입대금이 공산품 수출대금보다 월등히 많아지면서 계좌에 수조원이 쌓이자 CBI가 금리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거래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은 유럽연합(EU)의 선박보험 불허 방침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 수출이 중단되자 자국 유조선과 선박보험을 함께 제공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업계에서는 CBI가 거래 중단 압박으로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려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금리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