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 ‘재취업 비애’… 30·40대, 경기 악화에 출산·육아 겹쳐 갈수록 하락
입력 2012-08-16 21:50
중소기업의 비서직으로 일하던 심모(34·여)씨는 지난 4월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지난해 8월 아이를 낳은 뒤 3개월의 출산휴가만 사용하고 바로 복직해 4개월여를 근무하다 결국 포기한 것이다.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육아도우미를 쓰며 직장생활을 하자니 2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30·40대 여성 고용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악화되고 고용 상황이 나빠지면서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더 심각해진 탓이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KLI)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3.8%로 2007년 상반기 54.5%보다 0.7% 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이 중 고졸 이하 학력자는 53.7%에서 48.9%로 4.8%포인트나 급락했고, 지난해(49.9%)보다도 1% 포인트 떨어졌다. KLI 성재민 연구원은 “고졸 이하 학력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직장 여건은 상대적으로 나쁜데, 금융위기 등으로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육아 부담까지 있는 고졸 이하 30대 여성은 질이 낮은 일을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전문대졸 이상 여성은 40대에서 고용이 악화됐다. 고학력이 될수록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육아기가 늦춰진 탓이다. 실제로 전문대졸 이상 40대 여성 고용률은 2007년 상반기 61.4%에서 올해 상반기 60.4%로 1% 포인트 하락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번 직장을 포기한 30대 후반∼40대 여성이 재취업할 여지도 좁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전반적 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30·40대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더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력단절 현상은 남성과 여성 간 실질임금 격차, 직장 내 지위 차이 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LI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이 ‘8월 노동리뷰’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성의 경우 30∼54세 실질임금은 18∼29세 때 임금의 1.55배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은 1.02배에 불과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100대기업의 등기임원은 총 813명(중복 포함)이지만 이 중 여성은 1.5%인 12명(1명 중복)에 불과하다.
금 선임연구위원은 “남성은 30대 이후 경력 축적으로 점차 고소득, 높은 지위로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지만 여성은 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로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려면 이 같은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