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선고 예상 못한 한화 “법적 쟁점 사항 항소할 것”
입력 2012-08-16 19:20
한화그룹은 16일 김승연 회장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임직원들은 “실형이 선고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난감해했다.
한화는 김 회장의 법정 구속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뒤 “법적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항소를 통해서 다시 한번 자세히 소명해 2심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또 공식적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본연의 사업에 더욱 정진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가일층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내부에선 김 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대형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한화케미칼은 독일의 세계적인 태양광 셀 제조업체인 큐셀의 인수를 이번주 내 확정할 계획이지만 구속 변수가 돌출함으로써 인수 대상자 선정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또 한화건설이 지난 6월 계약을 체결한 8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라크 총리를 만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번 구속으로 진두지휘가 어렵게 됐다. 대한생명이 추진하는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도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태양광 사업과 이라크 신도시 추가 수주 등은 김 회장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며 “굵직한 사업을 직접 결단하는 스타일인 김 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당분간 주요 사업계획에 대한 결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이례적으로 현직 대기업 총수를 법정 구속한 사법부의 결정을 지켜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만 최근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벌 때리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재계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전경련은 공식 논평 대신 “최근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 구속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짧은 입장을 내놓았다. 주요 기업들 역시 “다른 회사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한상의는 공식 논평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뤄낸 최대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 성과와 현재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가 이번 판결로 인해 차질을 빚고 국가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권혜숙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