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수락연설 ‘그때의 감동’ 뛰어넘기 고심
입력 2012-08-17 01:38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07년 8월 경선에서 패배한 뒤 현장에서 행한 ‘승복 연설’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그때 박 전 위원장은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어버리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에 걸쳐 잊자”고 했다.
연설이 끝난 뒤 장내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고, 두고두고 정치권에 회자됐다. 한국정치의 고질적 폐해로 꼽히는 ‘경선 불복’ 관행을 끊고 패자가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현재 박 전 위원장 측은 8·20 전당대회에서 내놓을 후보 수락연설문 준비로 고심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16일 “이번 연설은 경선 논란을 일단락하고,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2007년 연설의 감동을 뛰어넘기 위해 목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기존 발언을 모두 잊고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단 박 전 위원장이 합동연설 때마다 강조했던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과의 화합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7월 출마선언문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4·11총선 공천 관련 의혹을 계기로 꺼내 든 ‘정치개혁’ 화두가 또 다른 축이 될 전망이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통’ 이미지와 ‘사당화’ 논란 등을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부터 바꾸겠다’는 자기혁신 의지도 담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캠프에서는 ‘박근혜가 바꾸네’란 캐치프레이즈를 빗대 “본선에서 ‘박근혜가 바뀌었네’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승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박 전 위원장이 수락연설문에 공천헌금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담으리란 추측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정치 쇄신 의지를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사과를 수락연설문에 담을 것 같지는 않다”며 “공천헌금 파동에 대해선 별도의 기회를 통해 사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