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안의 ‘노선 난타전’… 박근혜, 누구 손 들어줄까
입력 2012-08-16 19:16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캠프에서 본선 행보의 방향성과 선거대책위원회 인적 구성을 놓고 치열한 노선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부에서 격론을 벌이는 형식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고공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캠프 인사들의 거듭된 해명과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합류한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김종인 “성장론자들, 박정희 콤플렉스 걸려 있어”=김 위원장은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과 캠프 안팎의 ‘성장우선론’을 겨냥,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된 것은 지난 대통령들이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면 맹목적으로 성장, 성장 하는데 상황이 변하면 성장을 못하는 것”이라며 “여러 상황이 변했음에도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성장을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올인하자는 입장이라면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캠프의 최경환 총괄본부장, 안종범 정책메시지본부장 등 기존 친박계 경제팀은 일자리 문제를 비롯한 성장담론에 대한 고민이 깊다. 하반기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은 여건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본선에서의 경제 공약을 놓고 논쟁이 불가피하다.
◇‘보수 대통합’ vs ‘중도 확대’=김 위원장은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제시한 비박(非朴·비박근혜) 포용론을 통해 당과 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이룬 뒤 중도로의 외연을 확대하자는 주장에 이견을 드러냈다. 비박 주자들은 물론 보수 성향인 김무성 전 원내대표의 본선 선대위 영입 필요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영국 노동당 당수였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보수 노선을 일부 채택, ‘제3의 길’을 내세워 집권했던 모델처럼 박 전 위원장이 중도 외연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홍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적 구성 문제는) 후보가 결정할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앞질러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도움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결국 누구의 손 들어줄까=캠프에서도 박 전 위원장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은 그때 그때 필요한 상황에 맞춰 사람을 중용하는 인사 스타일상 특정 그룹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리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위원장은 인천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캠프 내 보수 대연합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무슨 이름을 붙여서 하는 게 아니라 정치 지향점이 같고,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분들과 같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보수라는 이유로 경제민주화 가치에 부정적인 극우까지 무조건 포용하지도 않겠지만, 반대로 진보라 해도 뜻을 함께하면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핵심 측근은 “보수다, 진보다 편 가르기를 하거나 계층 지역 세대 이념을 구분해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의미”라며 “내부에서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